가게를 하다 보면 예약금이나 계약금을 받는 일이 생깁니다. 돌잔치·연회 예약, 케이터링 주문, 상가 임대, 행사 대관 같은 경우죠. 그런데 손님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취소할게요, 계약금 돌려주세요" 하면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재료를 이미 준비했거나 다른 예약을 거절했는데, 돈까지 다 돌려주자니 억울하고요. 안 돌려주자니 '이거 불법 아닌가' 싶어 찜찜하죠. 오늘은 이 문제를 법적으로 어디까지가 정당한지 깔끔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계약금, 그냥 맡아둔 돈이 아니에요
먼저 용어부터 짚고 갈게요. 계약금·예약금·보증금은 이름은 달라도 "계약을 지키겠다는 약속의 담보"라는 성격이 같습니다. 그래서 손님이 약속을 깨면, 그 담보가 위약금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해요. 계약금을 '잠깐 맡아둔 손님 돈'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닙니다. 계약금은 계약이 성립한 순간부터 단순한 예치금이 아니라 계약의 일부로 작동해요. 그래서 취소 상황이 되면 "돌려줄 돈"이 아니라 "누구 잘못으로 깨졌느냐"를 먼저 따지게 됩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 민법 제565조 '해약금'
계약금 분쟁의 뼈대가 되는 조항이 민법 제565조예요. 어렵게 쓰여 있지만 핵심만 뽑으면 이렇습니다.
이걸 가게 상황에 대입하면 이렇게 됩니다.
| 누가 취소했나 | 계약금은 어떻게 |
|---|---|
| 손님이 변심해서 취소 | 손님이 낸 계약금을 포기 → 사장님이 안 돌려줘도 됨 |
| 사장님(사업자) 사정으로 취소 | 받은 계약금의 두 배를 손님에게 돌려줘야 함 |
그래서 "손님이 마음 바꿔서 취소했는데 계약금 돌려달라" → 이건 원칙적으로 안 돌려줘도 불법이 아닙니다. 손님이 계약금을 포기한 셈이 되니까요. 반대로 사장님이 "그날 장사 안 하기로 했어요" 하고 일방 취소하면, 오히려 두 배를 물어줘야 한다는 점도 꼭 기억하세요.
그래도 '돌려줘야 하는' 세 가지 경우
원칙은 위와 같지만, 항상 안 돌려줘도 되는 건 아닙니다. 다음 세 가지에 해당하면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줘야 할 수 있어요.
예약 취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봅니다
음식점 예약이나 서비스 예약처럼 소비자 상대 거래는, 민법과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라는 가이드가 있습니다. 강제력이 있는 법은 아니지만, 분쟁이 붙으면 조정·판단의 기준이 돼요. 대표적인 업종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 업종 | 예약 취소·부도 위약금 기준(요약) |
|---|---|
| 일반 음식점 | 예약보증금 기준, 위약금 총 이용금액의 최대 20%까지(2026 개정) |
| 예약 기반 음식점(오마카세·파인다이닝 등) | 사전 준비 부담이 커 위약금 최대 40%까지(2026 개정) |
| 예식장·연회 | 이용 예정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위약금 차등(개월 단위) |
| 돌잔치·뷔페 | 취소 시점(사용일 기준 며칠 전)에 따라 위약금 차등 |
핵심은 "취소 시점이 빠를수록 위약금이 적고, 임박할수록 커진다"는 구조예요. 그리고 어느 업종이든 사업자가 위약금·환급 기준을 미리 고지해야 그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고지 없이 "우리 규정이 이래요" 하면 인정받기 어려워요.
분쟁 안 나게 하는 실전 방법
결국 이 문제는 '법대로 싸우는 것'보다 '애초에 분쟁을 안 만드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세 가지만 챙기세요.
- 예약받을 때 취소 규정을 먼저 안내 — "○일 전 취소는 전액 환불, 그 이후는 △△% 공제" 식으로 명확하게.
- 안내를 기록으로 남기기 — 문자·카톡·예약 확인 메시지에 위약금 기준을 넣어두면 "못 들었다"는 분쟁을 막아요.
- 손해만큼만 공제하기 — 실제 든 재료비·거절한 예약 등 손해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전액 몰수는 지양.
정리하면
- 계약금은 '해약금' — 손님 변심 취소면 원칙적으로 안 돌려줘도 됩니다(민법 제565조).
- 단, 사업자 귀책·과다 위약금·사전 고지 누락이면 돌려줘야 할 수 있어요.
- 예약 취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음식점 20%/예약기반 40% 등)이 기준이 됩니다.
- '전액 몰수'는 위험, '손해만큼만 + 사전 고지'가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계약금 분쟁은 대부분 '민사'예요. 감정 상해서 언성 높이기보다, 위약금 기준을 근거로 차분히 설명하는 게 이깁니다. 금액이 크거나 손님이 막무가내라면, 한국소비자원(☎1372)이나 가까운 법률 상담 창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관련해서 노쇼(예약부도) 손해배상은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도 같이 보면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손님이 변심해서 취소했는데 계약금을 꼭 돌려줘야 하나요?
원칙적으로는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계약금은 민법 제565조상 해약금이라, 손님이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깨면 그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으로 봐요. 다만 사장님 사정으로 취소했다면 받은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줘야 하고, 위약금 기준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Q. 계약금과 예약금(예약보증금)은 다른가요?
이름은 달라도 '계약을 지키겠다는 담보'라는 점은 비슷해요. 다만 예약보증금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예약 취소·노쇼 위약금과 연결돼, 취소 시점에 따라 일부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돌려주는 게 원칙입니다. 부동산·행사 계약금은 민법상 해약금 법리가 더 강하게 적용되는 편이고요.
Q. 위약금을 너무 많이 떼면 문제가 되나요?
네. 위약금이 실제 손해에 비해 부당하게 과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미리 만든 약관으로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정하면 약관규제법상 무효가 될 수 있어요. '전액 몰수' 조항이 특히 위험합니다.
Q. 환불 거부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하나요?
정당한 위약금 공제라면 형사가 아니라 민사 다툼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이행할 뜻 없이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등 기망 정황이 있으면 사기죄가 문제 될 수 있어요. 정상 영업하며 기준대로 공제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Q. 분쟁을 미리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약·계약을 받을 때 '취소 시점별 위약금과 환급 기준'을 문자·안내문으로 미리 알리고 기록을 남기세요. 사전 고지가 있어야 위약금 공제의 근거가 분명해지고, "그런 얘기 못 들었다"는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